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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각(?) 잡음

뻔한 맛이지만 그래서 더 맛있는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

by ZAIDAR 2023. 4. 1.

던전 앤 드래곤의 새 영화가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처음으로 든 생각은 '아, 예전에 그 망했다는 영화의 새 시리즈?' 였습니다. 당시 극장에서 본 건 아니고 그 이후에 TV에서 하던 걸 - 아마도 명절 특선 - 봤는데 절로 "흐음...." 하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재미가 없더군요.

 

게임 자체는 유명하지만 영화 첫 작품이 그렇게 시원하게 망한데다가, 이번 포스터에서 나름 전형적인(?) B급 냄새가 풍겼길래 걍 나오려나 하고 기대를 안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에 영화가 괜찮다는 얘기가 상당히 많이 나오길래, 존 윅을 기다리는 중간에 가볍게 시간을 때워보자는 마음으로 관람했습니다.

 

이야기는 매우 전형적인 판타지 모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이 악당에 맞서기 위해 전문가들을 모으고, 함정과 괴물이 즐비한 던전을 탐험해서 보물을 찾고, 악과 대결하여 승리하는 평범한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형식이 전형적일 뿐이며 내부 구조는 상당히 탄탄하게 잘 얽혀있습니다. 던전 앤 드래곤의 세계관을 모르더라도 이야기를 즐기는 데 무리가 없도록 간결한 설명만으로도 진행될 수 있도록 구성됐고, 불필요한 설정을 갑자기 던지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제시했던 내용을 잘 연결시켜서 진행하기에 불필요한 추측이나 이질적인 느낌이 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즐길 수 있습니다. 중간 중간 들어간 개그 요소도 분위기를 환기해주는 정도로만 사용되서 유치하다는 느낌 없이 즐겁게 볼 수 있었고요.

 

특수효과는 압도적인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현 시점에서 이 정도면 괜찮다고 할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 쉬는 날 극장에서 평범하게 즐길 수 있을 팝콘 무비, 가족 영화로 그럭저럭 적당하다고 느껴집니다. 엄청나고 고차원적인 명작 까지는 아니더라도 극장에서 돈을 쓰기에 아깝지 않은 수작 정도는 되지 않을까 합니다. 다만 영상이 엄청 끝내준다거나 하는 것까지는 아니다보니 굳이 아이맥스와 같은 큰 화면을 고집하지 않고 적당한 화면 크기를 가진 상영관에서 즐겨도 충분합니다.

 

놀라움을 주겠다고 이상한 소스를 막 뿌린 맛없는 요리보다는, 평범한 소스를 쓰지만 맛을 신경쓴 평범한 요리가 훨씬 낫다는 걸 던전 앤 드래곤을 통해서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존 윅 4가 나오기 전에 한번 쯤은 더 볼까 고민중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