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의도가 보이는 인터넷 게임 몰이용 기사

[청년의사] "인터넷 게임 중독 ‘뇌 기능 저하’로 이어진다"

 

며칠 전에 나온 인터넷 게임 중독과 관련된 기사입니다. 간단하게 요약을 하자면 게임중독에 빠진 사람들과 아닌 사람들 간의 뇌파 검사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으므로 게임을 적당히 즐겨야 한다는 그냥저냥한 내용입니다.

 

다만 의도를 가지고 배포한 기사의 내용과, 연구 준비에 대한 내용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우선 해당 연구의 원본은 다음과 같습니다.

https://akjournals.com/view/journals/2006/12/4/article-p895.xml

 

인터넷에 공개된 저널이므로 상업적 사용만 아니라면 자유롭게 보고 읽고 인용할 수 있습니다. 내용 자체는 크게 이상이 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연구 준비 단계(Materials and methods) 에서 꽤 어이가 없는 년도를 보고 말았습니다.

 

[IGD severity was assessed using Young's Internet Addiction Test (Young, 1996).]
[IGD 주요도는 "Young 의 인터넷 중독 테스트" 에 기반하여 측정했습니다.(1996년 자료)]

 

....그니까 최근에 문제로 계속 삼으려고 한 게임중독 주요도를 거의 30년이 다 되가는 1996년 자료를 기준으로 뽑으셔.....? 옛말에 3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완전 고릿적 자료로 주요도 산정을 한다는 거에 매우 놀랐습니다.

 

그리고 해당 문구에서 언급된 "Young 의 인터넷 중독 테스트" 자료도 좀 찾아보니까 - 저널에서 실수한건지 연구진이 실수한건지는 모르겠는데 다른 자료 링크되어 있더라 시이팔! - 테스트하는 문구도 그냥 옛날, 심지어 게임 관련도 아니잖아??

 

* 참고로 해당 저널 논문에 링크되어 있던 논문은 43세 여성의 인터넷 중독을 사례로 연구한 4페이지 분량의 짧은 논문. 아마 거기 레퍼런스에 달려있는 거 때문에 착각 내지는 실수로 달린 거 아닌가 싶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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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 논문 : Internet addiction: the emergence of a new clinical disorder
* 하기 8개 문항 중 5개 이상 YES 인 경우 인터넷 중독

1. Do you feel preoccupied with the Internet (think about previous on-line activity or anticipate next on-line session)?
- 당신은 인터넷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까?(이전의 온라인 행위나 다음에 참가할 온라인 세션에 대한 생각)

2. Do you feel the need to use the Internet with increasing amounts of time in order to achieve satisfaction?
- 당신은 만족감을 채우기 위해 인터넷에서 많은 시간을 쓰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낍니까?

3. Have you repeatedly made unsuccessful efforts to control, cut back, or stop Internet use?
-당신은 인터넷 사용을 제어하거나, 축소하거나, 멈추는 것을 반복적으로 실패합니까?

4. Do you feel restless, moody, depressed, or irritable when attempting to cut down or stop Internet use?
- 당신은 인터넷 사용을 축소하거나 멈추려고 할 때 무기력하고 기분이 나빠지거나 분노합니까?

5. Do you stay on-line longer than originally intended?
- 당신은 의도한 것보다 온라인에 길게 체류합니까?

6. Have you jeopardized or risked the loss of significant relationship, job, educational or career opportunity because of the Internet?
- 당신은 인터넷 으로 인해 중요한 관계, 직업, 교육이나 취업 기회 등을 위태롭게 한 적이 있습니까?

7. Have you lied to family members, therapist, or others to conceal the extent of involvement with the Internet?
- 당신은 인터넷 사용 규모에 대해 가족이나 상담가 등에게 속인 적이 있습니까?

8. Do you use the Internet as a way of escaping from problems or of relieving a dysphoric mood (e.g., feelings of helplessness, guilt, anxiety, depression)? 
- 당신은 문제나 불쾌감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터넷을 사용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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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렇습니다! 위에 제시한 문구에서 인터넷 쏙 빼고 술, 마약, ㅅㅅ 집어넣으면 죄다 들어맞는 완벽한 중독판별용 공융 문구 되시겠습니다. 너무 고릿적 문항이라 전체적으로 "너 이거 계속 생각해?" "이걸로 너 일상 망했니?" 정도를 반복적으로 물어보는 거에다가 애초에 7번 문항이 존재하는 거에서 이 8개 항목도 속이면 그만이잖아 시이이이이바......

 

그런고로 연구내용 자체는 매우 평이한 것입니다만 - 과도하게 무언가를 해서 뇌손상이 온 사람들을 스캔해봤더니 진짜 뇌손상이 있더라 - 결론이 고릿적으로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군요.

 

그리고 이 내용을 기사로 만든 내용들도 의도가 뻔하디 뻔할 팔자입니다. 내용 하나만 짚어볼까요?

기사는 게임 중독 기준을 하루 4시간 이상, 주 30시간 이상하는 것으로 잡았다고 썼습니다만 실제 논문의 해당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Individuals with IGD engaged in internet gaming for >4 h per day and >30  per week; HCs engaged in internet gaming for <2 h per day.
IGD가 있는 개개인은 하루 4시간 이상, 주 30시간 이상의 인터넷 게임을 진행했고 HC는 2시간 미만의 인터넷 게임을 수행했습니다.

 

참여한 대상들의 평균 시간대가 하루 4시간 이상, 주 30시간 이상이라고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중족에 대한 기준" 이라면서 내용을 호도하고, "하루 2시간 미만이 정상" 이라는 없는 내용도 스리슬쩍 은근슬쩍 집어넣어서 작성하고 있습니다. 대놓고 보여주기용 기사라는 점이고, 이 기사들은 모든 인터넷의 뉴스 사이트에 동일하게 올라가 있습니다. 애초에 제가 처음에 링크한 사이트도 청년의사 라는 의료 관련 사이트인데 내용 확인도 없이 그대로 받은 기사 그대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이 논문은 작년, 12월 21일에 최종적으로 행동중독저널에 등록된 것임에도 신년에 뭐 중독비 같은 거 신설되니까 그거 타먹기가 목표인지 1월 4일에 발표해서 서로간에 둥가둥가를 해주고 있죠. 최신 발표라고 해서 해당 사이트 들어가서 24년도 업로드 기사 찾아봤는데 안나와서 아랫쪽으로 슥 훑었죠. 그런 쓸데없는 수고를 한 덕분에 좀 더 기분이 나쁜 것도 사실.

 

 

이상있는 사람들을 살펴봤더니 이상이 있더라는 평이한 결론에 고릿적 기준과 의도있는 내용을 섞어놓은 걸 대대적으로 뉴스화하는 걸 보니, 상품가치도 없는 재료 모아서 만든 잡탕찌개를 명품찌개라고 소개하는 양심 나가 떨어진 TV 소개프로그램을 보는 느낌입니다.

 

아니, 의학지식이 없는 사람이 세부 내용이 아닌 수립 단계랑 기사 내용으로도 구멍 뚫린 게 보이는데 이딴 것들을 대대적으로 보도해주는 모지리 새애끼들은 대체 뭐하는 놈들인지 모르겠네. 아 나도 인터넷 기자하면서 놀면서 돈 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