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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각(?) 잡음

사기꾼의 부활을 꿈꾸며 - 킹 오브 클론 : 황우석의 몰락

by ZAIDAR 2023. 6. 25.

며칠 전에 넷플릭스에 황우석 박사를 다루는 킹 오브 클론(한국 버전에는 "황우석의 몰락" 이라는 부제 추가) 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올라왔습니다. 워낙 과학계에 큰 충격을 준 사건인지라 어떤 식으로 다뤘는지 궁금해서 시청을 해봤습니다.

 

간단히 결론을 말하자면 황우석을 옹호하는 영상물이고, 이걸 다큐멘터리로 분류해야 하나 싶기는 합니다.

 

영상물은 1시간 30분 정도의 길이인데 구성을 간단히 말하면 황우석 근황(약 20분) - 황우석 논란(약 50분) - 황우석 다짐(약 20분) 정도의 구성입니다. 구성 요약을 했는데 뭔가 좀 이상한 게 보이실 겁니다. 논란을 다루는 부분하고 근황/다짐 부분의 시간대가 거의 같죠. 논란을 다루기는 하지만 옹호적인 뉘앙스를 주려고 하는 모습입니다.

 

구성만으로는 단정짓기 어려우니 주요 등장인물을 보죠. 등장하는 사람은 황우석, 황우석이 현재 몸담고 있는 중동 연구소의 낙타 수의사, 과학 윤리학자 2명, 네이쳐 기자, 복제 옹호자, 황우석 지지자, 한학수 PD, 류영준 교수, 진중권 정도가 되겠습니다.

 

숫자를 보면 옹호 4인 : 비판 6인 이라서 균형이 맞아보이지만 각 구간 별 등장 빈도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근황 : 황우석, 수의사, 복제 옹호자

- 논란 : 황우석, 수의사, 복제 옹호자, 윤리학자 2인, 네이쳐 기자, 한학수 PD, 류영준 교수, 진중권

- 다짐 : 황우석, 수의사, 지지자, 네이쳐 기자, 윤리학자 1인

 

논란 부분은 사건 자체가 이미 너무 유명한데다가 관련자들도 생존해있으니 어쩔 수 없이 넣었다 정도의 느낌이고 시작과 마무리 모두 황우석을 옹호하는 기조로 분위기를 담고 있습니다. 옹호 측에서는 "복제는 좋은거다", "발전을 위해서는 감수해야 할 사안이었다" 는 개념으로 계속 이야기를 펼치는 반면, 비판 측에서 황우석이 잘못했다 라고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건 네이쳐 기자, 한학수 PD, 류영준 교수, 진중권 4인 정도에, 윤리학자는 "이런 건 굉장히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우리는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는 식의 통상적인 개념 정도만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이 영상물을 보면 황우석의 잘못을 다시금 되새길 수가 없습니다. 왜냐면 "황우석은 현재 이런 일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과거의 그는 엄청난 과학 문제를 일으켜서 처벌을 받았지만 지금은 그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라고 얘기하는 영상물이기 때문입니다.

 

이 영상물이 역겨운 건 엔딩 방식에도 있습니다. 그냥 엉망이면 "아 시발 똥밟았네" 하고 넘어가겠지만, 엔딩을 보면 너무나 기가 차기 때문입니다. 엔딩은 장애인 자식이 있어서 자신을 지지하던 사람에게 황우석이 가서 용서를 빌고, 지지자는 황우석에게 자기 자식과 같은 애들을 구해야 할 사명이 있다고 얘기하며, 황우석은 그 지지자의 교회에서 기도를 하는 장면으로 끝납니다.

 

 

이 개새끼들아! 이게 다큐멘터리냐?

 

"나는 존나 큰 잘못을 했지만 모두를 구해야 하는 사명이 있으니 용서받고자 합니다!" 라고 주장하는 프로파간다지!!!

 

이딴 좆같은 영상물 보느라 투자한 내 시간이 아깝다 시팔!!